운좋게도 내가 20년근속상을 받은 그해까지는
호텔 창립기념식이 존재했다.
표창장을 시상하고 팀원들이 준비한 꽃다발로 축하받았으며 임원들과 기념사진촬영 후 케잌커팅과 스탠딩 다과파티까지 한 나는 운이 좋았던 편이다

그러나 해마다 적자를 핑계삼아 희망퇴직으로 정규직을 줄여나가던 회사는 각종 행사를 비용절감을 이유로 없애버렸다.
시무식, 봄가을 등산대회 또는 야유회, 창립기념식. 연말 직원장기자랑이 그것이다.
세종호텔은 직원의 단합뿐 아니라
전직원이 모이는 것 자체도 꺼리는 것 같다.

10년 15년 20년근속 상패와 메달, 금일봉은
총무과에서 개인에게 전달받을 뿐이다.
축하받아 마땅한 세종호텔의 창립 50주년에는 노고한 직원들을 위한 그 어떤 자리도 없었다

그래서 세종호텔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세종노조가 마련해 서로 축하해주기로 했다.
화려한 호텔 뒤안길 고단한 노동을 보다라는 제목의 토론회와 세종호텔 50주년 기념식, 
세종호텔 노동자의 노고를 축하하는 쉐프전이 그것이다.

연합노조 동료들에게 같이 축하하자고 초대했지만
정문앞에 있는 수많은 CCTV도 두렵고,
평소에도 명동에서 세종노조와 동호회나 술자리에서 어울리지 말라는 은밀한 압력까지 받는다는 동료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못했다.

창립50주년 기념식엔 연대동지와 우리아이들과 함께
호텔정문을 출발해 시청까지의 행진도 있었고
특히 내게는 쉐프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멋진요리를 해야할 전문쉐프 한인선계장님께서 연회지원팀이라는 신설부서에서 감자나 양파를 까는 등의 허드렛일만 하시며 얼마나 속상하실까?

세종호텔엔 가을이면 진풍경 하나가 있'었'다.
직원출입구쪽 지하1층에 길고긴 테이블과 비닐이 깔리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호박이 들어오면 주방의 막내부터 주방장님들까지 모든 주방직원이 칼을 들고 호박껍질을 깍고 쪼개어 다듬어 직접 호박죽을 저장해왔다.

그 풍경을 보며 출퇴근하던 교환아가씨는 또 가을이 왔구나했는데 언젠가부터 없어졌다.
아마도 다른 포장샐러드처럼 양념 LA갈비처럼
사람손이 많이 가는 부페음식은 대부분 반조리식품으로 들어오고 주방직원들을 줄였던걸까?

창립50주년 날을 위해 한인선 계장님은 본인이 직접 전날부터 팥을 불려 죽을 만드시고 호박죽도 그렇게
준비해오셨다.
그날만큼은 한인선계장님께서 총주방장님이셨다.
한인선계장님의 지휘아래 편채, 육회, 오물렛. 어묵탕.삼겹살등이 한풀이 하듯 쏟아부으셨다.

또한 명동 자동차소음만 측정해도 75데시빌이상인데
75데시빌이상 소음으로 고소당해온 세종노조의 이기원언니가 20년근속상, 차현숙언니가 10년근속상을 받는 날이기도 했다.
꽃다발로 축하받으며 모두가 마음으로 세종노조의 뜨거운 정을 다시한번 확인한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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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람 1명, 앉아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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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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