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노조 복원을 위한 투쟁에 응원을

김상진 세종호텔노조 해고자

 

"위원장 임기 끝나면 회사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위원장을 계속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세종호텔 노조위원장 임기가 끝나가던 2014년 어느 날, 세종호텔의 한 직원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내 안위를 위해서 위원장 자리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 쓴웃음으로 넘겼습니다. 

회사가 현장으로 복귀한 노조 전임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는 단체협약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친사측 노조가 교섭대표가 되면서 회사와 합의해 이를 폐지했습니다. 친사측 노조 입장에서는 회사가 알아서 지켜줄 것이니 이런 협약은 필요가 없었습니다. 

노조 위원장 9년의 임기가 끝나고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2015년 1월 12일 회사는 연회장 웨이터로 전보 발령했습니다. 그 직원의 우려는 바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곧이어 10퍼센트 삭감된 연봉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회사는 친사측 노조와 합의해 회사의 입맛대로 최대 30퍼센트까지 연봉을 삭감할 수 있도록 성과연봉제를 합의한 이후였습니다. 모든 것은 회사가 짜놓은 각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다 같은 ‘호텔리어’지만, 업무마다 전문 분야가 있어 부서 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홍보팀에서 연회장 웨이터 발령은 매우 이례적이었고, 이것은 전임 위원장에 대한 분명한 보복성 발령이었습니다. 회사는 세종노조 열 한명의 조합원에게도 전보 발령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업무만을 떼어 신설 부서를 만들고 조합원들만 표적 전보하거나, 십 수 년 동안 해 오던 업무와 전혀 다른 부서로 강제 전보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노조 탄압이었습니다.  

회사의 부당한 발령에 거부하고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원래 근무 부서인 홍보팀으로 출근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책상은 한쪽 귀퉁이로 옮겨졌습니다. 어느 날은 그 자리에 짐을 잔뜩 쌓아놓고 앉을 수도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간이의자를 갖다놓고 자리를 만들어 앉았습니다.  

그랬더니 며칠 후에는 사무실 자물쇠를 바꿔버려 더 이상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얼마 후에는 출퇴근 확인을 위해 사용하는 사원증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또 며칠 후에는 식당 직원들을 앞세워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회사에서 더 이상 출퇴근 확인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없는 외부인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나의 현실이 돼 있었습니다. 조합원들과 조금 더 일하기 좋은 호텔을 만들겠다고, 함께 행복하자고 나서서 행동하고 투쟁한 대가를 회사는 톡톡히 치르게 할 셈이었습니다.  

88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비정규직 호텔리어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1992년 세종호텔에 입사해 객실관리와 경리팀, 프론트를 거쳐 당직지배인과 홍보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임금과 처우가 메이저급 호텔만 못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 승진도 하고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20대와 30대를 다 보내고 40대 중반이 된 나에게 회사는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9년 동안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아 민주노조로 전환하고 파업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쟁취하며 부끄럽지 않게 투쟁했는데, 혹시나 나 때문에 조합원들이 더 힘들어진 것은 아닌지, 함께 싸우는 조합원들에게는 짐이 되고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분하고 원통하고 서글펐습니다. 2015년 2월이 되자 회사는 일방적으로 삭감했던 월급조차 끊었습니다. 

매일 호텔 앞에서 팻말 시위를 하며 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싸웠습니다. 이렇게 투쟁에 나서자 회사는 “원하는 부서를 말하면 보내 줄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혼자만의 부서이동은 필요 없었습니다. 강제 전보된 조합원 모두 원직 복귀를 요구하며 이를 거절했습니다. 회사는 곧 징계 위협을 담은 내용증명을 수차례 집으로 보내 가족들을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을 내고 호텔 앞의 집회·시위의 자유조차 막으려고 했습니다. 

부당한 전보발령을 거부하며 싸운 지 1년 3개월이 지난 2016년 4월19일, 회사는 ‘무단결근’과 ‘직무명령 불이행’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고했습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무도 저희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보수화된 법원은 "경영상의 필요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이고, 이를 거부한 징계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지난해 9월 대법원마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회사는 노조와 해고자에게 1700만 원 소송비용까지 청구했습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년이 지났지만, 해고 노동자의 처지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 부당노동행위 의심 사업장으로 지목돼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아도 회사의 태도에서는 변화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계약해지, 강제전보, 임금삭감, 징계, 해고…. 이 모두 법원이 인정한 세종호텔 사측의 권리가 됐지만, 탄압받는 노동자들에게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참아내야 할 고통이 되었습니다. 이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 세종호텔노조는 9년째 묵묵히 버티며 싸우고 있습니다. 

세종호텔 주명건 회장의 사돈으로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을 주도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구속된 후 회사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지난 1월 회사는 강제전보 일부를 철회하고 조합원들을 원직으로 복귀시켰습니다. 세종호텔노조의 투쟁과 연대의 힘이 거둔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지난 5월 22일, 세종호텔노조는 장기 투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호텔 앞에서 무기한 농성 투쟁에 들어갔습니다. 해고자 복직과 남은 강제전보 철회, 차별적인 임금 삭감분 보전이 우리의 요구입니다.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얻는 상처이고 고통의 눈물입니다. 

오늘(6월5일)로 세종호텔에서 해고된 지 1143일입니다. 이제 다시 호텔리어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비록 소수이지만 단결하고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하게, 흘린 눈물을 닦고 웃는 얼굴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승리의 기쁨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의 목마를 타고 여러 집회에 따라다니던 꼬마가 벌써 고3이 됐습니다. 투쟁하는 해고자 아빠를 둔 아들은 남들처럼 사춘기로 속 한번 썩이지 않았습니다. 아빠를 걱정하며 혼자 속앓이를 하며 보냈을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해고자 아빠가 아닌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한 아빠로 축하해 주고 싶습니다. 예전처럼 머리도 기르고 예전 호텔리어의 모습으로 돌아가 당당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연대는 다시 힘을 내고 일어설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었습니다. 소수노조가 당당하게 승리해 민주노조를 굳건히 세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 세종호텔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시간에 (단, 밤 11시 이전) 지지 방문해 주세요!
문의: 세종호텔노조 해고자 김상진 010-7226-5934

■ 매일 세종호텔 앞에서 팻말 시위와 홍보전을 진행합니다.
아침 8:00~9:00 / 점심 11:30~12:30 / 저녁 5:30~6:30

■ 매주 목요일 ‘세종호텔 투쟁 승리를 위한 집중 집회’에 참가해 주세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세종호텔 앞(명동역 10번 출구)

 

■ 세종호텔노조 투쟁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 계좌: 하나은행 113-910271-66107 곽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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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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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세종대 종합감사 '세종호텔 노사갈등' 해법 찾나

공동투쟁본부 청와대에 "정부 개입 요구" 의견서 전달

 

교육부가 세종대(대양학원) 종합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9년간 계속된 세종호텔 노사갈등을 종식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철저한 감사로 사학비리를 밝히고 세종호텔 노사갈등을 종식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시작한 세종대 종합감사를 31일 마무리한다. 신구 전 세종대 총장이 교비를 빼돌려 학교법인 소송비용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되자 세종대교수협의회 등이 교육부에 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조치다. 2016년 3월 이후 대양학원과 세종대 운영 전반을 살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종합감사로 사학비리를 밝히고 주명건 대양학원 이사(전 이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 이사는 2004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을 받아 이사장을 사임했다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세종호텔 회장에 취임하면서 재단에 복귀했다.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는 "주명건 전 이사장 복귀 후인 2011년 세종호텔 노사갈등이 본격화하고 교비 유용 같은 사학비리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며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해고·부당전보·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한 임금삭감 같은 노동탄압 뒤에 주 전 이사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투쟁본부는 세종호텔 노사갈등 해소를 위해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교육부 종합감사를 통해 사학비리를 발본색원하고 세종호텔 문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청와대에 이 같은 요구를 담은 의견서를 전달했다.

한편 세종호텔노조는 김상진 전 위원장 복직 등을 요구하며 22일부터 세종호텔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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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노조, “9년 동안 하루도 두렵지 않은 날 없었지만 기필코 승리할 것”

원문링크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04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5.22

9년째 투쟁 중인 세종호텔노조
오늘부터 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22일 세종호텔노조가 무기한 천막농성의 시작을 알리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명동 한복판에 파란 천막이 등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노동조합(위원장 박춘자)은 22일 세종호텔 앞에서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비스연맹의 많은 가맹조직이 연대를 위해 참여했다.

세종호텔노조는 지난 2011년 1월 임신한 여성 노조간부를 강제 전보한 것을 시작으로 강제 전보, 단체협약권 강탈,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임금삭감 등의 문제로 9년 째 투쟁해왔다. 지난 2016년에는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상진 전 위원장이 징계해고당하기도 했다.

박춘자 세종호텔노조 위원장은 “9년 전 싸우기로 결의하고 지금까지 싸워왔다”며 “전환배치와 임금삭감 속에 매주 목요일 집회와 매일 선전전을 통해 6명의 조합원이 원직 복직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어 “이 투쟁을 끝장내는 강력한 투쟁을 결의하기로 선택했다”며 “9년 동안 하루도 두렵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연대를 통해 기필코 승리해 해고자와 남은 1명의 조합원의 원직복직을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역시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9년째 호텔 앞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목요일에 목소리를 냈다”며 “서울시의 모든 장기 투쟁 사업장이 승리해 사업장 복귀를 하고 있고 이제는 세종호텔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연맹의 명운을 걸고 기필코 승리하겠다”며 “오늘 기자회견이 종료되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세종호텔 앞에는 천막이 설치됐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기자회견이 종료된 후 세종호텔 앞에는 세종호텔노조의 무기한 천막농성을 위한 파란 천막이 설치됐다. 한편 세종호텔노조는 오는 6월 5일,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이사와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박춘자 세종호텔노조 위원장이 면담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제는 결정된 바 없지만 서비스연맹과 세종호텔노조는 “단순하게 인사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투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자리”라고 예고해 면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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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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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장기투쟁 중인 세종호텔 노동조합 <사진=tbs>

 

9년째 회사 측과 싸우고 있는 세종호텔 노동조합이 해고자 복직과 강제전보 철회, 30% 가까이 삭감당한 연봉 보전을 촉구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오늘(2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전보 거부를 이유로 해고까지 자행한 세종호텔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노조 측은 지난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세종호텔이 친 회사 성향의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기존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한 뒤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측이 반발하는 기존 노조원 대부분을 강제전보하고, 전보를 거부한 김상진 전 노조위원장과 비정규직 조합원 등을 해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조 측은 "당시 강제전보된 6명은 복직했지만, 해고당한 김상진 전 위원장은 아직 복직하지 못했다"며 "복직과 함께 임금 보전도 꼭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종호텔 측은 "호텔 사정이 어려워 부서를 축소하다 보니 부서 재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도 부당전보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며 "적법한 전보를 거부해 규정에 따라 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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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노조 "해고자 복직·삭감연봉 보전 촉구"

원문 링크 > https://www.yna.co.kr/view/AKR20190522072900004?input=1195m

 

 

노조 "복수노조 만들어 기존 노조 교섭권 박탈" 주장
사측 "부당전보 아니라고 대법원 판결받아…해고도 규정에 따른 것"

세종호텔[촬영 이상학]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세종호텔 노동조합이 사용자 측에 해고자 복직과 강제전보 철회, 20∼30% 삭감당한 조합원들의 연봉 보전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세종호텔노조 9년 투쟁 승리를 위한 서비스노동자 총력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전보 거부를 이유로 해고까지 자행한 세종호텔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해고자를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 측은 또 "아직 남아있는 부당 전보자도 노조와 협의해 적정한 업무로 전보시키고 성과연봉제 시행을 이유로 민주노조 간부와 조합원만 연봉을 20∼30% 이상 삭감한 것을 보전하라"고 주문했다.

 

노조 측은 세종호텔이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친 회사 성향의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기존 조합의 교섭권을 박탈한 뒤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했다고 주장한다.

 

또 기존 노조가 이에 맞서자 조합원 대부분을 강제전보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비정규직 조합원과 강제전보를 거부한 전 노조 위원장을 해고했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우리 연맹은 중앙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끝까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종호텔은 "호텔이 어려워 부서를 축소하다 보니 부서 재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도 부당전보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며 "적법한 전보를 거부해 규정에 따라 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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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이 코너에 몰릴 때 세종호텔노조가 농성에 돌입하다

원문 링크 > https://wspaper.org/article/22178?utm_source=messe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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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회 중 로비 들어간 호텔 노조원 무죄

원문 링크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318011002


법원 “사회통념상 예상 범위 안 벗어나”

“당시 근로자, 일반적으로 출입 허용  

소란 있었지만 영업방해 근거 없어” 


호텔에 재직 중인 노동조합원들이 사측에 대한 항의 표시로 호텔 내부에 진입해 소란을 벌였어도 ‘사회통념상 예상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공동주거침입·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춘자 세종호텔 노조위원장과 김상진 전 노조위원장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3월 노조 측은 ‘직원은 줄이고 임원은 늘리고 월급은 줄이고 근무시간 늘리고’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호텔 정문 앞에 서 있다가 호텔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그러자 이들은 호텔 1층 로비로 진입해 호텔 직원과 언쟁을 하고 몸싸움을 벌였다. 4월에도 비슷한 일이 두 차례 더 벌어지자 호텔 측은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 측은 “피고인들은 모두 호텔에 재직하던 근로자들로서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호텔 안에 들어간 것이므로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무단으로 침입했더라도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들어가게 된 것이므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노조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부장판사는 “호텔 내부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곳이고, 당시 피고인들이 모두 호텔 근로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었다”면서 “시설을 손괴하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등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부장판사는 이들이 호텔 안에서 소란을 벌이긴 했지만 업무방해로는 볼 수 없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 원리에 비춰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시위나 구호의 외침 자체는 허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피고인들의 소란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는 정도가 사회통념상 예상되는 범위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직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2019-03-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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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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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20190219] 사측의 강제 전보를 철회시키다 / 차현숙


원문 링크 > https://wspaper.org/article/21656?utm_source=online-article&utm_medium=tgbot&utm_campaign=tgbot



세종호텔은 지난달 퍼블릭 관리 파트(로비 청소·정리 업무)를 폐지하고, 그 부서에서 일하던 세종호텔노동조합(세종노조) 조합원 3명을 모두 객실정비파트로 발령했다(원직 복직).

퍼블릭 관리 파트는 20여 년 전부터 간접고용 파견 노동자들이 담당해 왔다. 사측은 2014년 12월 이 부문 일부를 떼어 별도 파트를 신설했다. 정규직을 퇴출하고 외주화를 확대하기 위한 지렛대였다.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으로도 이용됐다.

나를 포함해 세종노조 조합원 3명을 객실정비 업무에서 빼내 이 부서로 전보시켰다. 사측은 조합원들이 스스로 퇴직하길 내심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사측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굳건하게 버티며 싸웠다. 세종노조의 투쟁으로 강제전보 철회 요구를 이뤘다. 부분적 승리다.

아마 사법농단 관련 정치적 상황이 사측에게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주명건 회장의 사돈인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이 구속됐다. 세종노조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런 정치 상황을 이용해 사측을 압박하고자 했다. 임종헌이 검찰에 출석할 때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장면은 방송과 언론에 보도됐다. 또, 양승태 사법농단 규탄 시위에도 참가해 발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세종노조의 투쟁을 더 넓게 알릴 수 있었다.


임종헌의 검찰 출두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
임종헌의 검찰 출두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조승진


게다가 최근에 세종대학교 재단(대양학원) 이사장 유명환이 대형 로펌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재판을 연기시키기 위한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사측의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다른 한편, 지난해 민주노총이 꼽은 대표적인 장기 투쟁사업장들 중에 쌍용차, KTX승무원, 파인텍 등이 타결되면서 남은 몇 안 되는 장기 투쟁사업장으로 세종호텔이 주목받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사측에게는 부담일 것이다.

주마등

원직 복귀한 조합원들은 간만에 다시 해야 하는 객실정비파트 업무의 노동강도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마치 친정에 온 것처럼 좋아한다. 부당 전보를 받고 싸워 온 4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사측은 강제 전보와 함께 노동 통제도 강화했다. 사측은 로비에서 고객들과 구분이 안 된다, 머리카락이 떨어진다는 둥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생뚱맞게 주방 위생 모자를 쓰고 일하도록 지시했다. 객실정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같은 지시를 했다. 우리는 이를 거부하는 투쟁을 50일 넘게 벌이기도 했다.

처음 강제 전보돼 로비에서 근무할 때는 억울하기도 했지만, 퍼블릭 관리 파트에서 일해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도 이해하게 됐다. 다른 한편, 객실정비파트에서 일하는 룸어텐던트가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기도 했다.

세종호텔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은 어느 파트 할 것 없이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강도에도 연장근무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점점 늘어가고 정규직 전환은 언감생심, 재계약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해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제멋대로 삭감해 저임금 하향평준화해 놓고는, 늘 적자 타령만 하고 경영 위기의 고통을 감내하라고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런 부당한 사측의 행태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특히, 사측의 구조조정과 노동조합 활동 탄압에 반대해 투쟁하다 해고된 김상진 전 위원장의 복직 문제가 남아 있다. 세종노조는 강제 전보 철회에서 멈추지 않고 김 전 위원장의 복직을 요구하는 더 큰 투쟁을 준비할 것이다.

끝으로, 세종노조는 사측의 부당한 민주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뿐 아니라 세종호텔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도 언제나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세종호텔노동조합 소식지에 보낸 글을 〈노동자 연대〉 신문 독자들에 맞춰 수정한 글입니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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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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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190218] 비노조원에게도 노조는 '방패막'이다 / 희정 기록노동자

[오래도록 싸우는 사람들 ③] 지난 8년간 세종호텔의 싸우는 사람들이 해온 일

원문 링크 > http://pressian.com/m/m_article.html?no=229153#08gq



서울 명동에 자리 잡은 세종호텔에서 8년째 노동조합이 싸우고 있다. 기나긴 싸움의 역사는 뒤에서 언급하기로 하고 최근 상황부터 짚어보자.


작년 초, 5년 만에 고용노동부 중재로 교섭(호텔 사측은 '대화의 자리'라 불렀다)이 열렸다. 노조가 해고자 복직과 성과연봉제로 인해 삭감된 임금을 언급하자, 이사 한 명이 이리 말했다고 한다. 여기만큼 정규직이 많은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러냐고.


8년 전만 해도 250명이 넘던 정직원이 130여 명으로 줄었다. 회사의 연봉 삭감과 강제적인 보직전환을 견디다 못해 많은 사람이 호텔을 떠났다. 빈자리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용역업체로부터 파견을 받고, 1년짜리 계약직을 사용하고, 인력중개소로부터 하루짜리 알바를 받아 쓴다.


그럼에도 사측 관리자가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국내 호텔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고용 비율 때문이다. (국내 300인 이상 종사자가 있는 호텔의 비정규직 비율은 52.7%다. 2016년 기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 다들 비정규직을 쓰는데 우리는 좀 덜 쓴다는 말. "회사 말이 100% 거짓말은 아니야" 조합원들도 말한다. 객실 어텐던트라 부르는 룸메이드가 정규직인 호텔이 별로 없다고.


그러면 세종호텔에 정규직 비율은 어떻게 될까. 룸메이드 중 정규직 비율은 60%. 나머지 직원은 용역업체에서 파견한다. 6:4의 비율은, 누군가에겐 곳간 열어 퍼주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 눈에는 다르게 비친다.


"다른 (룸메이드) 용역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여긴 정규직이 있으니까 보기 좋다고."


무엇이 보기 좋을까. 10년 넘게 꾸준히 해온 일이라 군더더기가 없다. 정규 직장이라 책임감이 높다. 여러 답이 조합원들 입에서 나온다. 


"요즘은 최저임금 이상 받는 것이 죄인처럼 여겨지잖아요. 호텔 일 엄청 힘들어요. 예전엔 다 정규직이었어요. 지금은 계약직이고 최저임금이니까 잔업을 엄청나게 하지 않으면 안 돼요. 나이 드신 분 말고는 일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덧붙여 묻는다. "이걸 손님들이 알까요?"


▲ 세종호텔 사내 선전전. ⓒ세종호텔 노동조합



비용을 대신 내는 사람들


고객들이 보는 호텔의 풍경은 어떨까. 종종 충격적인 제보가 있다. 특급호텔에서도 변기 닦은 수세미로 양치컵을 닦더라. 사용한 식기를 세제도 없이 대충 헹군다더라.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실제 기사화되기도 했다.


특급호텔도 객실관리 업무를 용역회사에 맡긴다. 앞서 말했지만, 용역직원은 바쁘다. 객실 수에 따라 들어오는 돈이 달라지기에 용역회사는 객실을 줄일 생각보다 인원을 줄일 생각을 한다. 그러니 계속 바쁘다. 내가 들고 있는 수세미가 어느 용도인지 잊게 된다.


많은 기사와 연구들이 입을 모아 호텔 고용의 비정규직화에 대해 이리 말했다. '호텔 사업의 특성상 인적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호텔 경영자들은 인건비 축소를 위해 시간제 파트 타이머, 계약직, 인턴직 등과 같은 비정규직 형태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담을 낮추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건비를 절감한다고 한다. 불안정 노동의 사용은 그렇게 합리화된다. 그런데 비용은 절감된 것이 아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언제나 같다. 다만 기업의 비용이 다른 이들에게 전가된 것뿐이다.


최저임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호텔-파견노동자, 일자리를 잃고 사라진 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못 미더운 컵을 입에 대야 하는 고객까지. 기업이 아낀 비용을 대신 나눠내는 중이다.


(용역업체에 지불해야 할 호텔기업의 비용을 걱정하는 이가 있을지 몰라 덧붙이자면, 룸메이드 인력 파견을 담당하고 있는 KHR이라는 업체는 세종호텔의 자회사다. 기업의 비용 손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8년의 싸움


노동조합과 세종호텔의 갈등은 비용 전가로부터 시작됐다. 2000년대 말 세종호텔에는 정규직이 있었고, 계약직은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단체협약이 있었고, 그 단체협약을 맺는 노동조합이 있었다.


그러다 2009년 세종대학교 이사장을 역임한 주명건 회장이 세종호텔로 온다. 노동조합은 그때를 노동탄압의 시작으로 보는데(심지어 조합원이 언론사에 기고한 글 제목이 '그가 돌아오기 전'의 세종호텔을 되찾고 싶습니다'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혼자 와서는 세종호텔이 천지개벽하긴 쉽지 않다.


같이 온 것은 정부의 노동정책.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복수노조법이 시행된다. 다수노조에게 대표교섭권을 주는 창구단일화 제도는 민주노조를 뒤흔들었다. 상식적으로 봐도 친기업 성향의 노조가 교섭권을 가질 가능성은 크다. 돈과 밥줄이 그곳에 있으니까.


그해 세종호텔에도 새 노조가 출범한다. 일명 '연합노조'. 호텔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존 노조(세종호텔 노조)와 진행하던 단체교섭을 중단해버린다. 1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기존 노조에서 탈퇴한다. 수순처럼 '연합노조'는 다수가 되고, 호텔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교섭 결과 임금이 동결되고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조항이 폐기된다. 연합노조의 존재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분명해진다.


세종호텔 노조는 37일간 파업을 하며 저항하지만, 이미 조합원은 5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 연합노조가 2013년에는 과장급, 2015년에는 계장급, 2016년에는 정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사인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박근혜 정부가 강행했던 성과연봉제가 세종호텔에 무사 안착한 것이다.


세종호텔은 여기에 '평가에 따라 최대 30%까지 임금 삭감'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달아두었다. 정부 정책의 충실한 이행자였다. 첫 폭탄을 맞은 이는 노조 부위원장인 한인선 씨다. 20년차 주방장인 그는 연봉 30%를 잃는다. "20년 성실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억울했죠. 왜 내가 최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나." 다른 조합원들의 임금도 줄줄이 삭감된다.


성과연봉제는 단지 '말 안 듣는' 노조를 벌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연봉이 축소된 관리자급들이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정규직 노동자를 정리하는 데도 용이한 제도다. 또 하나의 효과는 일하는 사람들의 위축이다.


세종호텔 노조의 자부심 중 하나는 타노조 조합원, 그러니까 다른 직원들과의 사이가 원만하다는 것이다. "노조가 하는 일이 옳다는 암묵적지지"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움직이진 못한다. "돈에 다 민감하잖아요. 직장 다니는 이유가 사실 돈이잖아요." 회사가 성과를 평가해 월급에 등급을 매기니 꼼짝을 못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노동정책은 그런 역할을 해왔다. 일하는 사람을 위축되게 하고, 싸우는 사람들을 소수로 만든다. 최저임금을 당연하게 만들고 정규직을 죄인처럼 여기게 한다. 그런데 노조는 이를 반문하는 존재다.


"왜 그래야 하는데? 질문을 던지고 싸워온 과정이었어요. 호텔은 말해요. 다른 데 다 그래. 다른 데 비정규직이고 외주화된다고 세종호텔도 그래야 해? 이렇게 시작한 싸움이 8년을 간 것 같아요."(박춘자 노조위원장)


▲ 박춘자 세종호텔 노조위원장. ⓒ세종호텔 노동조합



이상한 보직전환 


노동조합은 이토록 모두가 비정규직인 것이 과연 당연한가? 물었다. 당연함을 의문하는 사람에게 이상한 벌을 가해졌다. 2012년 이후 노조 조합원을 기다리는 건 보직 전환이었다. 


그 전환이라는 것이 좀 코미디 같은데, 경력 20년차 주방장을 조리지원팀으로 보내 야채다듬기를 시켰다. 전화교환을 20년째 해온 이에게는 룸메이드 업무가 주어지고, 홍보팀 사무직원은 하루아침에 웨이터로 일하라 했다.(그는 김상진 전 위원장으로 보직전환을 거부하고 해고됐다.) 


이들은 버텼다. "어떤 의미로 보냈다는 걸 아니까 그만 둘 수 없죠." '그만 나가라'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일했다. 자신을 원하지 않는 직장에서 낯선 일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완화된, 그러나 딱 알맞은 단어를 사용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루에 서너 번씩 사라지는 용기와 자존심은 조합원들끼리 서로 챙겼다. 예전처럼 회사가 시키는 대로 당하고 살지는 않는다는, 새로운 자존심이 생겨났다. "이제 팀장도 함부로 못하죠. 듣고만 있진 않으니까. 오히려 이게 불법은 아니냐고 물어보고 해요." 이 말을 하는 조합원의 표정이 밝다. 꽤나 달라진 모습이라고 한다.


노동값을 알게 해준 싸움 


"주눅 들어 있었지." 지금은 위원장도 배출하는 객실관리(룸메이드) 부서에서 그런 말을 한다. 어느 호텔이나 그렇듯 객실관리는 호텔에서 소외된 파트였다. "너네는 로비에 나오지 마. 눈에 띄지 마. 파업할 때 처음으로 로비에 나가봤어요." 


청소일 하는, 나이든, 여자라는 무시는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도 존재했다. 가장 늦게 정규직화 된 부서도 객실관리였다. "우리가 제일 늦게 됐지. 5년만이었어요." 노동조합 또한 시간차를 둘만큼 노동 간 위계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동시에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불어넣은 공간 또한 노동조합이었다.


룸메이드 조합원들은 당차게 말한다. "나 하는 일이 어때서. 프론트에 아무리 젊고 고운사람 세워나 봐요. 객실청소 안 하면 고객들 못 받아요." 숱한 싸움 끝에 얻은 것은, 노동에 대한 존중이었다.


젊고 고운 여성들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였다. 호텔 프론트에 선 여성은 나이가 들면 퇴사해야 했다. 안 나가고 버티면 다른 일로 쫓겨났다. 지금 조합원들처럼. 보직전환이란 호텔이 입맛에 맞는 노동자를 배치하기 위한, 특히 나이든 여성을 '고객들 눈 닿는 곳에서' 제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예전부터 기능해왔다.


이젠 다르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회사의 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실컷 부리고 나가라 하면 울며 나가지 않는다. 자신들의 정당한 노동값을 알게 됐다. 그래서 엉뚱한 보직을 받고도 버텼다. (많은 이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도 했다. 조합원 수는 해고자 포함 15명이 됐다.)


그 사이 몇 년째 매일 호텔 앞 1인 시위, 매주 목요집회, 공동투쟁단과 함께하는 연대집회까지. 때로 농성도 했다. 물론 고소·고발, 시말서, 감봉이 따라왔다. 버텼고 결국 "쟤네들 돌아왔네. 맨날 싸우더니 돌아왔네"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조합원 대다수가 원래의 업무로 돌아갔다.


 

충실한 정책 이행자 


회사가 정규직이 너무(?) 많다며 못마땅해 한 호텔의 풍경은 노동조합이 10년 가까이 치열하게 지켜온 결과였다. 조합원들은 말한다. "비조합원에게도 노조는 '방패막이'라고." 모두 안다. 노조가 없다면 노동조건은 밑도 끝도 없이 하락할 것임을. 


그럼에도 노조가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방패'로 머물러야 하는 건 교섭조차 치룰 수 없는 소수노조의 처지, 성과연봉제로 위축된 직원들의 정서에 있다. 세종호텔은 이명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충실히 따랐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촛불이 켜지고 박근혜가 탄핵되고 대선을 앞둔 2017년 봄, 세종호텔 고진수 전 위원장은 27일간 전광판 위에 올랐다. 6개의 장기투쟁 사업장, 6명의 조합원이 함께했다. "정리해고와 노조할 권리 보장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공농성으로 환기시키고자 했다.


노동의 권리는 환기가 되었을까. 세종호텔은 2018년 교섭이 열린 후, 17차례의 만남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호텔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는데, 노조는 원인을 이리 추측한다. 


"입장이 변한 건, 노동청 압력에 의해 교섭 자리에 나왔지만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의 소위 말하는 친자본 행보가 가시화되니까. 이재용 석방시키고 노동개악이 시도되고. 호텔도 여기까지만 하면 되겠다 싶었던 것 같아요." (김상진 해고자)


회사를 특별교섭에 나오게 한 압박으로 추측되는 '임금체불' 건도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많은 직원(연합노조 조합원)들이 탄원서와 임금미수령 동의서를 써주었다. "처벌을 피해간 이상 회사는 더 꺼릴 게 없어진 거죠."


자주 있는 일이다. 연재 기사마다 같은 소리를 반복할까봐 우려되어 조합원의 짧은 말로 대신하려 한다. "(기업은) 자기네들 하고 싶은 대로 다. 법적인 부분들도 다 해버린다." 


세종호텔은 현재도 정부의 충실한 정책 이행자로서의 면모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19년 임금을 협상하는 자리에서 회사는 '탄력근무제' 안을 꺼내들었다. 정부가 법제화를 시도했던 그 탄력근무제 말이다.


▲ 2012년 파업 당시. ⓒ세종호텔 노동조합



방패와 걸림돌의 미래


법도 정책도 자신의 편인 양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버린다"는 기업의 거의 유일한 걸림돌은 노동조합이다. 비록 15명의 조합원일지라도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들이 있어요. 이번에 회사는 연봉 협상에서 우리 임금을 깎지 못하고 동결시켰어요. 못하잖아요.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저는 약간 쾌감(?)이 있더라고요. 힘들지요. 비번에도 나와서 선전전 하고. 퇴근하고 집에 못 가고. 이게 별 의미가 없는 일이라면 할 수가 없는데 의미가 있으니까. 나도 좋고 다른 사람들도 좋고." (차현숙 조합원) 


소수의 조합원, 요원한 교섭권, 사라진 기대 속에서 슬쩍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도 노조는 "싸우던 대로"를 말했다. 한 조합원(허지희)이 쓴 글 하나가 떠올랐다.


"세종노조는 항상 말해야 할 것을 말해왔고, 우리를 지지해 주는 연대가 있기 때문에 더 강하다." (허지희 조합원이 쓴 <민주노조와 함께 단련되는 삶>_질라라비 소식지. 2017.12) 


노동조합은 "항상 말해야 할 것을 말해"왔다. 말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 노동의 정당한 대가와 권리. 비조합원들에게도 지지받는다고 조합원들이 자신 있게 말한 것은, 소수 인원으로도 ‘방패’가 될 수 있던 것은, 버팀목을 꿈꿀 수 있던 것은 "말해야 할 것들" 때문이다. 


모두가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사회에서, 하향평준화 되는 노동의 조건을 움켜잡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일. 지난 8년간 세종호텔의 싸우는 사람들이 해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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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180823] 사법 농단 핵심 임종헌, 세종호텔 회장 주명건

두 사돈의 유유상종 그리고 세종호텔 노동탄압


원문 링크 > https://wspaper.org/article/20864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의 중심에 법원행정처가 있고, 사법 거래 과정에서 핵심 구실을 한 자가 바로 법원행정처 차장과 기획실장이었던 임종헌이다.


임종헌은 강제전보와 해고, 성과연봉제 임금 삭감 등 수년째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세종호텔 주명건 회장의 사돈이기도 하다. 임종헌은 정권과 기업들에 유리하도록 사법 거래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을 뿐 아니라 재판장 시절에도 친기업·반노동 판결을 줄줄이 내려 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1부 재판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6월에 임종헌은 휴대전화로 성행위 장면 등을 담은 ‘야동’을 유포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김모 씨(모바일 콘텐츠 제공업체 운영)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형법으로 규제할 만큼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2009년에는 철도노조가 제한속도 준수 등 노조 지침에 따라 준법투쟁을 한 것을 쟁의행위라며 불법으로 규정했다. 또한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며,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쟁의행위는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에는 ‘회사 폐업으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하면 노동위원회의 임금지급명령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고, 공정위가 대기업과 대형병원에 내린 과징금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같은 해, 임종헌은 4대강 사업의 공익성을 이유로 팔당호 인근(두물머리)의 유기농작을 금지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처분은 부당하다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4대강 사업 편들기’ 판결을 한 것이다. 한 공익변호사단체는 이 판결을 ‘2011년 환경부문 올해의 판결’로 꼽으며 비판했다. 그해, 주명건 회장도 환경단체가 뽑은 ‘4대강 사업 A급 찬동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유유상종이다.


이런 전력을 가진 임종헌이 자신의 사돈인 세종호텔 주명건 회장의 노동탄압에 법적 조력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대법원이 뒤집은 판결에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가 생겨났고, 아직도 거리로 내몰리고 징역을 살며 고초를 겪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을 제자리로 되돌리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사법농단의 진실을 밝히고 양승태와 임종헌을 엄벌해야 한다.


또한 주명건은 세종호텔노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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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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