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룸메이드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사이즈가 들쭉날쭉한 시트와 커버다.

더블 침대커버 라고해서 모두 같은 사이즈가 아니다
제작할때마다 사이즈가 달랐는지
똑같지않은 시트와 커버를 비슷해보이게 만드는 일은 거의 창작에 가깝다.

힘들게 새로 입혀놓으면 모두 깨끗한 것도 아니다.
외부 세탁업체의 공장에서 대량으로 세탁된 시트류는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딸기가 나오는 겨울과 봄동안 
침대커버 어디든 연핑크빛의 딸기물이 남았다.
독한 세제와 표백제를 써도 제때 세탁 못하면 과일물든 시트는 왠간해선 지워지지 않아 입혔다가 벗긴다.

라면국물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객실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음에도
많은 침대시트와 커버에는 지워지지 않는 라면국물이 방울방울 남아 펼친 후 발견하고 입혔다가 벗긴다.

세종호텔은 시트와 커버제작을 비용때문인지 거의 제작을 안하는 편이라 커버마다 구멍이 수없이 많다.
앞면의 구멍을 발견하고 감추기 위해 뒤집어 보면
반대편에는 더 큰구멍이 있어 입혔다가 벗긴다.

청소자체도 힘들지만 침대3개인 트리플룸에서
얼룩지거나 구멍난 시트를 입혔다가 벗기기를 8번까지 반복하다보면 땀이 뻘뻜난다
문제는 그날 린넨에서 나눠 준 시트를 다 써버리는 거다!
로스가 많았다며 추가요청하면 그것마저 부족해
린넨실은 다른 층을 털어 가져다 주기도 하며
메이드는 시간에 쫓기는데 커버가 없어 일을 못하는거다.

구멍있는 시트나 커버를 세팅하는 것은 고객에게도 실례지만 인스펙터가 사진을 찍어간다
오래 사용되어 바느질이 늘어진 베게도 
구멍났다고 사진찍고 감점한다.
제대로 된 시트와 커버를 제작하지도 않으면서 
채점만 해가는 것을 보면 일부러 제작을 안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 시트와 커버안에 있는 오리털은 얼마나 오랫동안 제작을 안했는지 어떤 사이즈는 여유분이 없어 교체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사용한 오리털은 종이장처럼 얇디얇다.
호텔 이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이다.

특급호텔이라고 해서 특급고객만 골라받는 게 아니니
매너없는 사용으로 룸메이드를 더 고되게 만들기도 한다.

(식후이기를 바라며) 욕실바닥에서 변을 발견하고 장갑을 꼈음에도 말라붙은 그것을 어떡해야 할 지 난감하다가
침대커버를 젖히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침대에서 큰일을 본 것이다. 
심지어 깔끔하고 암전한 편인 일본고객의 작품이었다.

중국인들의 까만 옷은 침대시트 가득 까만 보풀을 묻히고
그것은 세탁을 해도 그대로 들어왔다
찍찍이 롤러로 침대전체의 보풀을 밀게 되는데 끝이 없다
가끔은 보풀대신 반짝이가 되기도 한다

메이드가 된다는 건 내겐 
시트커버와의 혼자하는 전쟁같다.



이미지: 침실, 실내

이미지: 침실, 실내

이미지: 침실, 실내

이미지: 침실,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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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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