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은 몇년째 적자란다.

별관에 70여개 객실을 은행의 대출로 증축하고
늘어난 객실 수만큼 필요한 메이드를 계약직 촉탁으로 쓰다버린 후 그 자리에 세종호텔의 자회사인 KHR이 들어왔다.

호텔의 2. 3. 4. 5층과 별관은 KHR 비정규직이,
6층~15층만 세종호텔 정규직이, 
한지붕 두회사가 구역을 나눠 청소하게 된 것이다. 
예약이나 객실배정. 고객관리는 세종호텔이 하며
유니폼과 객실비품은 동일해 고객들은 차이를 모른다.

세종호텔 룸메이드는 KHR에 비해 정규직이라고 15객실이든 타부서 헬퍼든 임금이 많은만큼 더 많은 일을 요구받는다.
회사는 룸메이드를 그대로 유지하되 퇴사등 자연소멸되는 부족인원만 용역화한다고 했으나 그 말을 믿을만큼 순진한 직원은 더이상 없다

세종노조는 외주화 반대공문도 보내고 
매주 규탄결의대회와 노보를 만들어 점심 선전전을 계속했지만 안타깝게도 동료들은 그런 때일수록 사측노조에 붙어있어야 안전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그즈음 동지들과 함께 움직이는 내게 세종호텔은 또 새로운 상을 주었다
'전화교환에서 룸메이드로 발령난 이후
호텔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피켓을 들고
돗자리깔고 음주와 취식으로 이미지도 훼손시켜
근무외 시간에 근로계약상 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경고장이었다.

노조간부도 아닌 내게까지 이런 경고장을 주시다니
언니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칭찬과 이쁨을 듬뿍 받았다.

메이드 일은 너무 고되었고,
거의 9시간을 앉아 일하던 20년동안에는 절대 몰랐던
땀흘린 노동 후의 배고픔을 알게 되었다.
그런 목요일 집회에 밥통이나 집밥이 오셔서
밥도 주시고 연대동지들의 위로와 술이 오가며
청소하는 사람이라는 부끄러움도 많이 잊혀졌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일도 아니고!

목요집회 참석은 개인적으로 메이드로 일한 이후 저녁시간이 자유로와진 남편에게 받은 서운함이 
조금은 보상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당시 아홉살의 둘째아이가 집회에 따라와 적은 소원지에
'엄마 회사가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은 건 아마
오래 다녔으면 좋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회사가 엄마에게 힘든 일을 시켜도 경고장을 보내도 아이는 오래 다니란다.

오래 다닐 수 있을 자신이 없어진 건 몸이 먼저 알았다
가장 먼저 체중이 3개월만에 5kg가 빠졌다
3만보를 찍는 초보메이드는 처음에는 발바닥 통증이,
조금 지나면 고관절이 삐걱거리며 절뚝이게 되며,
매일아침 손가락의 욱씬거림에 알람보다 먼저 잠을 깬다.
시트를 잡아당기다보니 손가락이 붓고
메이드병이라고 불리는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시작되어
테니스엘보, 목디스크같은 근골격계질환이 온다.
내경우는 그 해 여름을 나면서 생리가 끊겼다
정밀검진에서 폐경과 갑상선염이 이상없으므로
병원의 처방은 고단백질 섭취와 휴식이었다.

아일랜드 속담에 '사람은 목이 메달린 상태에도 익숙해 질 수 있다'는데 나는 언제가 되야 모든 통증에 익숙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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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람 2명, 사람들이 서 있음, 음식

이미지: 사람 1명, 음식을 먹는 중, 앉아 있는 중, 테이블, 실외, 음식

이미지: 사람 6명,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어린이, 테이블, 실외

이미지: 사람 4명, 웃고 있음,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테이블, 음식

이미지: 사람 3명,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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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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