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노동조합의 투쟁을 조금이라도 알고 계시다면 들어보셨을 이름 


<주간주명건> 세 번째 이야기가 <세종알리>에 게재되었습니다. 

원문 보러가기> http://univalli.com/allisejong/view.php?idx=374#



[주간주명건] 주명건_복귀썰(feat. 사학분쟁조정위원회).txt

알권리2017년 09월 18일


 

우리 학교엔 주명건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금 고학번이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거예요. 고학번이라고 너무 상심하진 말고, 코쓱 한 번 하고 갑시다. 오늘은 이 주명건의 복귀 썰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할까 해요. 들어줄 거죠?

 


우리학교 주명건 명예이사장님의 프사랍니다.

 

주명건은 우리 학교 설립자의 아들인데, 113억 횡령으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에요. 잘 모르겠으면, 지금 네이버 뉴스에 들어가 ‘주명건 113억’이라고 검색을 한번 해봐도 좋아요. 그럼 2004년으로 한번 돌아가 봅시다. 너무 먼 옛날인 거 같지만, 얘길 듣다 보면 어느새 가까워져 있을 거예요.

 

2004년 6월, 검찰은 주명건 이사장을 이중계약서와 장부조작 등을 통한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합니다. 그해 10월, 교육부는 세종대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학교 밖 사람들은 모두 ‘뜨악!’ 했고, 학교 안 사람들은 ‘에게?’ 했다고 합니다. 당시 뉴스에선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며 ‘비리 학교’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습니다.

●[동아일보] 세종대 법인 교비 113억 변칙사용… 교육부, 전액회수 지시 
●[경향신문] ‘학교재산 멋대로’ 세종대 비리 악취 
●[한국경제] 세종대 운영 '뒤죽박죽' ‥ 113억 변상해야 

반면 교수나 직원 등 학교 사정을 알던 사람들은 ‘횡령 규모가 축소됐다’며 교육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중년 이상의 분들께 세종대에 대해 여쭤보면, ‘분규 대학’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거액의 비리가 밝혀져 교육부는 113억원에 대한 환수 조치를 내렸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해 주명건과 재단 이사들은 결국 세종대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2005년, 쫓겨난 재단 이사 자리는 정부가 파견한 관선이사들로 채워졌고, 세종대엔 봄이 찾아옵니다. 비리 관행들을 근절하고, 학생들에 대한 투자와 복지도 늘리고, ‘비리 학교’ 낙인을 지우기 위해 학교 홍보도 강화했죠. 스퀘어UI라고 불리는 아래 마크도 이 때 만들어졌어요.

 


근데 이게 요즘은 왜 잘 안 보이냐 하면, 주명건이 복귀하면서 모두 없애버렸거든요 :)

 

하지만 세종대에 대한 열정과 패기가 가득했던 주명건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학교’를 되찾기 위해 틈틈이 타이밍을 엿봅니다. 2009년, 불과 4년 만에 주명건은 세종대에 복귀하기 시작합니다. 교육부 사학분쟁 조정위원회는 주명건의 측근들을 재단 이사장과 이사로 먼저 복귀시킵니다. 그리고 그 재단 이사들은 총장, 처장 등 주요 학교 임원 자리에 주명건의 측근들을 앉히죠.

 


2011년 당시 총학생회는 대양홀 앞에 천막농성까지 하며 주명건 복귀를 반대합니다.

 

주명건은 2010년에는 갑자기 명예이사장이라는 직함을 만들어 셀프 수여하기도 했고요, 2013년 측근들을 앞세워 배후에만 있던 주명건은 재단 이사로 전면 복귀하게 됩니다. 다만 학내 반발과 여론, 이를 의식한 정부의 눈치 등으로 인해 이사장 자리엔 다른 사람을 앉힙니다. 그 이사장에 대한 썰도 참 많은데, 그건 세종알리의 관련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유명환씨, 이런걸로는 그만 유명해집시다.(기사 링크)

 

 

‘비리 학교’라는 먹칠을 하고 쫓겨났던 주명건은, 결국 다시 복귀해 우리 세종대를 신나게 이끌어가고 있답니다. 이제는 횡령 좀 그만하셨으면 좋겠는데, 일각에서는 또 다른 편법을 이용해서 횡령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등록금 새는 소리가 어디서 들린다면, 그건 기분탓이겠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100억이 넘는 비리로 인해서 쫓겨난 사람이, 다시 되돌아온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도대체 누가 그를 복귀시킨 걸까요? 이 글의 조금 앞부분으로 되돌아가 봅시다. “교육부 사학분쟁 조정위원회는 주명건의 측근들을 재단 이사장과 이사로 먼저 복귀시킵니다” 사학분쟁 조정위원회라는데, 여기 도대체 뭐하는 데일까요?

 


사실, 우리학교만의 일은 아닙니다.

 

사학분쟁 조정위원회(줄여서 사분위)는 2007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탄생했습니다. 말 그대로, 사학(사립학교)의 분쟁을 조정하는 위원회입니다. 올해로 10살을 맞이하는 데요, 십년 간 한 활동을 보면 좀 이상합니다. 재단 비리 등 각종 분규로 인해 재단 이사들이 쫓겨난 학교는 우리학교 뿐만이 아닙니다. 경기대, 광운대, 동덕여대, 대구대, 조선대 등 스무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사분위는 이 쫓겨난 사람들을 다시 대학에 복귀시킵니다. 이쯤 되면, 사학분쟁 ‘조정’위원회가 아니라 ‘조장’위원회가 아닌가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사립학교법 이슈로 촛불시위까지 합니다. 명예롭게 퇴임하신 두 대통령의 모습도 보이네요.

 

사실, 사분위의 탄생부터가 좀 그렇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은 천막당사를 치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가며 장외투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리품 중 하나가 사분위입니다. 참고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남대 전 이사장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이 사분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사립학교 정상화 심의 원칙’입니다. 각종 비리로 인해 이사진을 쫓아낸 대학을 어떻게 정상화 시킬지에 관한 원칙이죠. 

 

➊이해 관계자(대학 구성원)의 2/3 이상의 찬성과 종전이사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그 합의대로 한다.
➋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종전이사에게 이사 정수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추천권을 넘긴다.


참고로 여기서 종전이사는 쫓겨난 재단 이사들을 얘기합니다. 우리학교의 경우엔 주명건과 그 측근들이죠. 결국, 비리와 횡령을 저지르고 아무리 큰 잘못을 한다고 해도, 이들에게 다시 대학의 경영권을 주겠다는 게 사분위의 ‘원칙’인 겁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원칙이 생겨난 건, “사립학교엔 주인이 있다”라는 그릇된 인식 때문입니다. 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재산으로 인식한 것이죠.

 

그러나 지난 10년간 사분위의 폭주가 이제는 멈출 희망도 보입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이에 교육부는 사분위의 재량권을 큰 폭으로 줄이고 비리 당사자의 학교 복귀를 막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국회 심의와 의결 등의 과정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학교에서 주명건이 또다시 쫓겨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분위가 주명건을 우리학교에 복귀시키면서,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우리학교의 재단 이사는 9명입니다. 그리고 사립학교법에 의해 그 중 3명은 개방이사의 몫입니다. 개방이사는 기존 이사들이 독단을 저지르지는 않는지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개방이사 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3명을 제외하면 6명만을 이사로 앉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분위는 우리학교의 정상화 과정에서 7명의 이사를 재단에 앉히게 됩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 때문에 운명이 바뀐 대학이 있습니다. 상지대는 1993년에 ‘문민정부 사학비리 1호’로 꼽혀 총장과 재단 이사들이 쫓겨났는데, 아까 말했던 사분위의 ‘정상화 원칙’ 덕에 2010년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분위는 6명이 아닌 8명을 이사로 앉힙니다. 그리고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2016년 법원은 “개방이사에 관한 사립학교법을 준수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8명 중, 누가 개방이사를 대신한 것인지 특정할 수 없으므로 8명 선임 전부가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 비리 이사들을 다시 내쫓는 데 성공합니다.

 

사실 주명건은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우리의 학교 생활과 결코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주명건은 사실상 우리학교의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입니다. 주명건은 여전히 ‘세종대 명예이사장’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밖에서 이름을 내걸며 활동하고 있고, 그 누구라도 주명건의 말은 거역하지 못합니다.

 

 

지금 신구 총장 바로 직전의 박우희 총장은 주명건과의 친분으로 낙하산 총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뉴라이트 계열의 거물이며, 서울대 명예교수까지 했던 박우희 총장은 주명건의 말을 잘 듣지 않았죠. 결국 주명건은 박우희 총장의 비서도 없애버리고, 총장 결재 권한을 뺏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당시 생명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두 개의 태양은 없다”라는 글을 써서 돌리며 세종대의 태양은 오로지 주명건임을 주지시키기도 했습니다. 결국 박우희 총장은 퇴임식도 하지 못한 채 쓸쓸히 학교를 떠나야했습니다.

 

학교는 우리가 공부하고 생활하는 터전이지만, 학교 운영은 항상 일방적이었습니다. 학생들의 휴게공간은 늘 부족합니다. 전공강의는 줄어들고, 교양강의는 폐강돼서 수강신청은 늘 전쟁통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건강한 학교에서, 더 쾌적한 환경에서, 더 알찬 수업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주명건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 본 기사는 대학교육연구소의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 10대 과제(161025)> 보고서를 참고하여 작성됐습니다.

최경식 기자 [ father4416@naver.com / 세종알리 ]


안녕하세요. 딸기입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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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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