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3명의 룸메이드 중 세종노조 조합원 8명만 

김치공장모자를 벗어버리고 근무를 시작한 것이다.

3명의 퍼블릭파트와 함께!

자신있게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지시에 NO라고 거부하는 게 쉽진 않았다.

'모자벗기' 항의 첫날!

가슴이 콩닥콩닥해 차마 못 벗고 있을 때 고진수 노조위원장이 층마다 현장순회를 하며 스스로 모자를 벗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다.

나중에....라고 자신없어 하는 내게 고진수위원장은

지금...이라며 내가 모자를 벗는 걸 보고야 자리를 떴다

팀장의 엄포에도 모두 입을 맞춰

"노조의 결정이니 할말은 위원장에게 하시라"대답하고

우리는 행동에 들어갔다

층에서 짝의 따가운 시선과 질문을 받고 근무하다가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에서야 조합원들이 모여보니

서로를 의지하며 견뎌낼 자신감이 생겼다.

직원식당에서는 전직원과 팀장, 총지배인의 눈총까지

받아야했지만 어떤일에나 처음이 어려운 법.

동료메이드들은 김치공장모자을 안 쓴 세종노조와

같은 테이블에 앉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회사는 개별적으로 하루에 한장씩 업무지시서를 보냈고 

우리는 하루 한번씩 수령했다는 사인을 해 주었다.

초반에는 팀장이 층으로 올라와 

'지희씨, 이러지말자'고 회유도 했다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고 협박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아래직원들에게 수령싸인만 받아갔다.

피말리는 기싸움.

그러기를 53일

우리의 행동이 심각한 해고사유라도 되는 듯

세종노조와 얘기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던 동료들의

기대(?)과 달리 징계위에서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 근신 3개월로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박춘자위원장님만 1개월 감봉되었다

징계 후에 바로 김치공장모자를 벗게하면

세종노조 투쟁의 결과가 되는 모양새가 싫었던 회사는

조금 더 유지시키다가 7월이 되어서야 스리슬쩍 모자대신 새스카프를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한명의 조합원을 잃었다,

지극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그녀는

내가 룸메이드로 발령난 후, 자신과 식사하는 동료가 있다는 이유로 한번도 조합원의 커피타임이나 노조사무실에서조차 본 적 없었던 분이었다

파업도 끝까지 함께해온 분이셨음에도 

새롭게 회사의 업무지시를 어기는 일이 힘겨워

차라리 노조탈퇴를 결정해버렸나보다.

프론트에서 수많은 동료들이 노조탈퇴하는 걸 봐와서인지 더이상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사람들이 서 있음, 인파, 실외

이미지: 사람 6명, 웃고 있음,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이미지: 사람 2명, 실외

이미지: 사람 3명, 웃고 있음, 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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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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