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가 되어 나를 조금 당황하게 만든 건 호칭이다.

룸메이드 내부에선 직급에 관계없이

연령에 따라 '언니'라고 부른다

사실 울엄마연배의 촉탁직원도 있어 어색했고

'선배'나 '씨'라는 호칭이 더 정중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도 룸메이드의 룰을 따르기로 했다

박행엽언니는 신라용역이었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특급호텔 룸메이드는 용역이다

행엽언니가 근무했던 신라에 비해 규모도 작고 

체계도 잘 안잡히고 

원칙도 불분명한 우리호텔을 지원한 이유는

정직! 

정직이 되고 싶어서라고 하셨다.

2년의 계약직 생활이 끝나고 정직면접을 봐야했지만

회사는 미루고 있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당시 운좋게도 회사는 노조와 임금협상을 미루고미뤄 기한을 넘기고 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까지 깨진 후 

세종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의 여러이슈 중에서도 

계약직의 정규직화 약속이행이 있었다.

처음이라 어설프지만 의지충만했던 파업!

38일동안의 호텔 로비점검 투쟁으로

복직후 행엽언니는 룸메이드파트에서 계약직 2년을 넘긴 박정희언니, 김인희언니와 함께 정직이 되셨다.

행엽언니는 당신손으로 정직을 쟁취하신 거다!

아쉬운 점은 정직이 된 지 겨우 4년 만에 정년퇴임.

20년 넘는 행엽언니의 메이드 생활 중

정직으로 근무한 건 오로지 세종호텔에서의 4년이 전부인 셈이다.

아쉽고 아쉬운 남은자들과는 달리

행엽언니는 정직으로 은퇴해서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하루아침에 메이드로 발령난 내게 항상

"잘하고 있어" 라고 다독여주시고

시간 날 때마다 내층에 오셔서 체크아웃방 베드를 알게모르게 해 놓고 가신

나의 최고의 은인님!

본인의 몸도 좋지 않으셨음에도

언제나 여유와 배려를 잊지않으셨던

나의 선배님!

미팅시간에 능수능란하게 말로만 일하는 메이들에게 

"입 다물어"라고 호통치는 유일한 여장부!

내가 행엽언니와 일한 건 겨우 6개월.

그 시간들이 너무 짧아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 운좋게 6개월이라도 그런 대선배와 일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스럽기도 하다.

매일아침 8시.

메이드들의 티타임에서 우리는 행엽언니의 빈자리를 한동안 견뎌내야했다.



이미지: 사람 2명,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중, 음료, 테이블, 음식

이미지: 사람 1명, 웃고 있음, 앉아 있는 중, 실외

이미지: 사람 2명, 신발, 실외

이미지: 사람 1명, 웃고 있음

이미지: 사람 1명, 서 있음

이미지: 사람 2명, 웃고 있음,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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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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