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공장 모자 건으로 나를 포함한 메이드와 퍼블릭 조합원 징계는 조주보씨의 징계에 비하면 해프닝에 불과하다.

영화 '카트'에 출연한 배우 조주보씨는 내가 교환으로 근무할 당시 프론트에서 가장 표창장을 자주 받는 직원이었다.

타고난 자상함과 다정다감함 그리고 오지랖이 고객들의 THANKS LETTER로 이어졌고, 세종호텔 최고의 프론트 클럭에서 판촉지배인으로 승승장구하며 실력을 발휘하던 참이었다.

20대의 내게 곰돌이 푸우같은 그는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은 남자였으나 가질 수 없는 남자.

경리과 선배의 남자였다.

그런 그가 김상진이라는 친구를 잘(?) 만나 

노조 부위원장을 맡아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자,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판촉지배인을 신입직원들이 주로 일하는 벨맨으로 전환 배치시켰다.

이후 38일의 파업을 주도하고 회사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지속하자, 20년 이상 경리업무만을 해왔던 부인도 룸에이드로 전환 배치돼 결국 해고까지 당했다. 당시 조주보씨의 부인은 무릎 관절염 수술을 앞두고 있어 육체적인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세종호텔은 한 가정을 풍비박산 내버렸던 것이다!

내가 메이드로 전환 배치되어 교육받고 초보 메이드로 우왕좌왕하던 시기의 아직 추웠던 어느날.

조주보씨는 맨손으로 피켓을 들고 선전전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안쓰러워 면장갑을 건냈는데, 파업이후 호텔의 곳곳에 설치한 CCTV로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회사의 눈에 들어간 것이다

몇 백원 하지 않는 회사 물품(면장갑)을 개인이 임의대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돼 1개월 정직(재심 감봉 4개월)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조주보씨의 건은 개인적으로 세종호텔의 가장 찌질하고 치졸한 징계라고 기억된다

이후 회사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 그에게 맡겼다. 호텔 정문에서 300m쯤 떨어진 인천공항버스 정류장까지 세종호텔로 오고 나가는 고객들의 짐을 나르는 일이었다. 

호텔정문 앞에서 근무하며 호텔 앞 선전전을 돕는 그를 더 멀리 보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조주보씨는 연봉제가 도입되고 2013년부터 4년 동안 50%가까이 임금을 삭감당해 두 아이의 외벌이가장으로 경제적으로도 큰 어러움에 처해 호텔 외부에서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항상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남녀 누구나 서스름 없이 안아주던 그의 따뜻함은

민주노조를 사수하며 열심히 투쟁을 이끌고 있는

김상진 전위원장과 고진수 전위원장보다 

세종노조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에게는 마음의 지도자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한 그의 선택에 조합원은

소중한 분을 놓아드려야하는 아쉬움과 함께

조주보씨의 앞길에 그리움과 화이팅을 보냅니다.

♡ 사랑합니다 ♡



이미지: 사람 2명

이미지: 사람 4명, 웃고 있음, 사람들이 서 있음

이미지: 사람 1명, 앉아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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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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