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첫 배당된 11층A코너

1월이라 아침마다 호텔복도끝에서 남산1호터널을 내려오는 방향으로 해돋이를 볼 수 있었다

교환 20년동안 창문이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한 내게

그건 굉장히 신기하고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가끔 눈오는 날 남산방항 객실창을 통해

남산에 눈이 소복이 쌓이거나

눈폭풍이 폴아쳐 회색도시로 변하면

창문없는 사무실 20년 경력자는

그 모습이 또 신기해 몇번이나 카메라를 들곤 했다.

그분은 얼굴만 알지 이름은 커녕 부서도 모르는 분이었다

가끔 복도에서 꾸벅 인사는 나눠도

심지어 직원인지 용역인지조차 몰랐다

그 분의 일은 린넨이었다

메이드들이 걷어낸 침대시트와 커버, 타월등을 정해진 시간에 수거해 가시는 게 그분의 업무였다

현재 기관실에서 30년 근무한 김기수 조합원이 전환배치되어 근무하는 부서이기도 하다

발령 한달쯤 지날무렵

객실로 복도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내게

그분이 처음으로 말을 건네주셨다

"이제 좀 할만해?"

"아뇨. 저 진짜 못해요."라고 대답했던 것같다

"괜찮아. 

그러면서 늘어.

일할 수 있으면 된거야.

우리같은 늙은이들은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괜찮아"

그렇게 가시는데

갑자기 다정한 말을 들어서일까?

괜찮아.....라고 말해주어서일까?

일할 때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가 

하루쯤 지나 '괜찮아'가 떠올라 혼자 울컥...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버렸다

잘 모르는 분의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될 때가 있다

그래

나는 아직 괜찮다!!!

그분또한 세종노조 조합원이셨다

로얄호텔에서 일하다가 정직원이었던 부서가 용역화되어

세종호텔에 오셔서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

세종노조의 38일 파업을 끝까지 지켜내어 정규직을 쟁취해

정년퇴임까지 이루신 김진하조합원이었다.

그렇게 세종노조는

많은 수를 복수노조법이 시행되자마자 사측이 만든 연합노조에 뺏기고

세종노조는 탈퇴하나 어느 노조에도 가입않는 무노조,

정년퇴임 또는 퇴사로

조합원수는 점점 더 줄어갔다



이미지: 하늘, 구름, 실외, 자연

이미지: 사람 7명, 사람들이 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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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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