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단 1회 욕실청소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맡은 객실을 따라 들어간 나는

욕실전체 청소와 세팅을 전담해야했다.

처음엔 청소하고 필요한 물품을 넣는데에

거의 한시간은 걸린 듯하다

보통의 룸메이드가 전체객실을 새로 세팅하는데

두방은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첫날 13개의 욕실을,

둘째날까지 26개의 욕실을 청소하고

허리와 어깨엔 파스가 덕지덕지 붙었다.

세면대 위에 올라가 전면거울을 천정까지 닦고

깊숙한 욕조에 엎드려 닦는 일은 근육통과 몸살로 이어졌다

남편과 만나 함께 퇴근길에 들어간 순대국 집에서

탁자만 바라보다가 술이 나오자,

안주없이 연달아 소주 반병쯤 혼자 마시고

"왜? 

내가 이 일을 해야하는 지 모르겠어"

그렇게 시작한 넉두리는

"어제 오늘 26개의 변기를 안고 살았어

내가 이걸 왜 하냐구"

밥이 나왔지만 몇잔인지 모를 소주잔만 계속 퍼부었다

일단 시작되자 눈물범벅이 되었다

"결국 이렇게 되려구...우리엄마는 대학보내구....꺼이꺼이...20년을....어헝"

작은 순대국집이 떠나가라 울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한마디 없는 남편이

밥먹으라 숟가락을 쥐어줬다

술마신 다음날 새벽

나도 모르게 잠이 깼다

새벽에 스마트폰으로 은행 알람이 울리는 소리였다

월급이 계좌에 입금되었다.

'아...돈이구나!'

'돈벌기위해 일하는 거였지!

게다가 아직 월급은 10원도 줄지 않았다!'

돈이 나를 위로했다.

그래 해보자!

3개월만 버텨보자!

그래도 못하겠으면 그때 그만두자!

그런 마음으로 메이드 3일차를 더 씩씩하게 출근했다

회사에서 만든 연합노조 소속인 그녀가 의도적인지

그녀자신의 특유의 고집인지

그녀는 교육 첫 주 5일동안 오로지 욕실청소만 시켰다.

상대적으로 같은 날 룸메이드 발령받은 교환실 동료는

3일 욕실청소후 

4일째 베드 메이킹을 배우고

5일째에는 객실 3개를 스스로 풀세팅했다고 말해주었다.

내 사수는 나를 제대로 가르칠 용의가 있는지

엿 먹이려는지 의심스러웠으나 알도리가 없었다.

2주차에 그녀는 내게 단 3일 베드 메이킹을 가르쳤고

오히려 그녀의 휴무일에 나를 임시담당했던 다른 선배가 베드 메이킹만 집중해서 친절히 알려주었다.

한달쯤 지난 후

내사수였던 그녀에게 오해는 없어졌다

베드메이킹은 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베트메이킹의 각은 타월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리털을 벗겨내고 이불 4각의 모서리을 잘 맞춰야 

침대각이 살았고

마찬가지로 배게도 베겟닛이 제대로 끼워져야 각이 살았다.

선배들이 세팅한 베드는 보기엔 예뻐도

마음만 앞선다고 되는 게 아니라 반복밖에 없었다.

그건 아마도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말 그래도 연륜.

그걸 아는 사수가 베드메이킹에 연연하지 않고

욕실세팅과 일의 순서에 더 집중시켰던 듯하다.

타호텔에서 일하다가 우리호텔에서 일하는 촉탁분들은

교육과정 따로없이 어메니티와 미니바만 알면 

이틀 후 바로 기본 13개씩 객실이 배당되지만

타부서에서 온 우리 3명에게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2주교육 후

5개의 객실배당!

6개, 7개, 8개....일주일에 한방씩 그 수를 늘려갔다.

일부 메이드와 촉탁들은 전환배치 3명에게 너무 천천히 청소할 객실을 늘려간다고 뒷말이 많았지만

1년 중 가장 비수기인 1월.

객실이 전체에서 50%밖에 안 찬 건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적응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이미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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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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