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내게 첫 배당된 층은 11층A코너.

한코너당 대부분 10개의 객실이 있다.

물론 처음 1주일정도는 내객실도 내가 몰라

다른 메이드에게 배정된 객실문을 여는일도 허다했다

내객실조차도

객실이 원베드인지 트윈인지 객실타입도 몰랐고

트윈이라도 싱글인지 더블인지 몰라

청소하는 시간보다

메이드카와 창고에 잘못 고른 시트를 들고 

복도에서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심지어 손님이 객실내에 계시는 지 외출 중인지 체크아웃을 했는지를 알려주는 인디게이터조차

눈에 팍팍 안들어왔으니 물어볼 사람이라곤 층짝.

층짝인 B코너 선배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해야했다.

그녀는 회사에선 나보다 후배이고 4살 아래였지만

영업부출신이라 승진이 빨라 나보다 직급이 높았고 룸메이드로 전환배치된 지 6년되는 선배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층의 상황은 그녀에게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교육이 끝나고 층에 배치받고서야

세종노조 노조원, 나의 동지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파업을 함께했던 동지들이 이제 기꺼이

나의 팀동료가 되어주셨다.

커피한잔 하고 일 시작하자시며

아침마다 구내전화로 핸드폰으로 불러주셔서 

외로울 겨를은 없었다.

똘똘뭉친 동지들이 점심시간에도 시간맞춰 함께식사하고

식사후엔 노조사무실에서 커피마시며 

각자의 업무 노하우도 공유하고,

서로의 고충도 들어주며 격려해주셨다.

실제적 도움도 너무 많이 주셨다.

3년째 장기투숙객의 객실이 내게 처음 맡겨졌던 날 아침.

컴플레인이 심한 고객이라고 얘기듣던 터라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내게 카톡으로 연락하면 함께 

들어가 주겠다고들 해주셨다

하지만 그 분들도 각자의 층에서 15방씩의 자기몫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차마 연락할 용기는 없었다.

어차피 각자에게 배당된 방은 혼자 해결해야하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혼자 감당하기로 했다

새로운 컴플레인이 있던 직후라 인디게이터를 

주시하고 있다가 외출확인후 돌격!

때마침 우리층에 청소왔던 조합원님이 옆객실에서 

내가 메이드카 끄는 소리듣고 다른 조합원님에게 연락해 객실하나에 메이드가 3명씩이나 들어가게 되었다

한분은 욕실을 청소해주셨고, 

나와 다른분이 함께 침대의 시트를 교체.

청소기를 돌린후 

때마침 하우스키핑 사무실의 조합원까지 초보메이드가 걱정되어 올라와 최종점검까지 해주셨다

우리 4명이 마무리한 후

장기투숙객님은 그 층을 맡는 두달동안 내게는

컴플레인을 한번도 하지 않으셨다.

나의 구둣방요정님들은 그 뒤에도

자신의 층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올라와

체크아웃한 객실에 베드세팅을 해놓고 가시곤 하셨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난 제시간에 퇴근도 못했을 것이다

노조원님들은 동료이면서 수호천사같았다.

첫 한달을 그렇게 버텼다

그 분들의 도움없이 아마 나는 한달을 못 견뎠을 것이다.

그 분들이 내게 한달을,

아니 10년을 버틸 힘을 주셨다.

인생의 한 고비에서 때로는 천사같고 때로는 엄마같은

나의 동료이자 동지들이 있어

그누구보다 운좋은 룸메이드였다

그 분들에게 받았던 도움을

나또한 갚으며 살아가리라



이미지: 사람 4명, 웃고 있음, 하늘, 나무, 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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