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첫날.

내게 정해진 사수는 59세.

울호텔 룸메이드 최고근속자인 27년차의 그녀였다.

(시간이 좀 지나고 들은 이야기지만

나를 그녀에게 배정한건 하우스키핑 사무실에 근무했던

지금은 퇴사한 세종노조 노조원님의 륵별한 배려였다)

농협은행 지점장이었다는 그녀남편의 간판에 

도도하기 그지없다는 소문이었지만

은퇴를 1년 앞둔 그녀의 여유와 포스, 

팀장이 객실비품 교체할때도 상의한다는 유일한 메이드

그녀의 자존감은 메이드 중 지존이었다.

그녀의 담당층인 14층

메이드 창고를 찾아가는 호텔복도는

교환실에서 전화만 받았지 층에 거의 올라가 본 적없는

내게는 호텔에 20년을 근무하고도 낯선 곳이었다

직원식당에서 가끔 인사만 나누던 그녀.

이름조차 처음 알게 된 아침.

내게 처음 맡겨진 일은 타월접기.

린넨카트에 실어보내 각층으로 온 그날의 타월.

카트안에는 타월뿐 아니라 시트도 있었다.

침대사이즈별로 싱글,슈퍼싱글, 더블, 킹사이즈의 

시트가 있고 커버, 그리고 베겟닛!

타월은 대타월, 중타월,소타월,발매트가 그것이었다.

메이드의 아침 첫업무는

자신이 세팅하게 될 객실의 재실/체크아웃을 확인 후,

시트와 타월 정리로 시작되었다.

타월 개는 건 말그대로 '각'

기본적으로 타월개는 방법에도 

나름들의 개성들이 묻어났다

대충대충 설렁설렁 접는 메이드.

꽉꽉 눌러가며 '각'을 잡는 메이드.

아예 안개키고 메이드카트에 올려

타월세팅할 때 그때서야 서서 대충접는 메이드.

자신이 일할때 능률적인 방식으로 제각각이었으나

속담처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침준비를 꼼꼼히 하는 사람은 모든일에 꼼꼼했고

대충 준비하거나 안하는 사람은 다른일조차

비슷한 듯해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근무첫날 타월을 개며

27년차의 내사수는 말했다.

"호텔 룸메이드는 새상품을 만드는 사람이야.

전날 고객이 사용한 상품을

싹 뒤집어 새상품으로 만들어 내는거지.

판촉/예약에서 객실을 예약받고 

제아무리 프론트에서 객실배정을 한다해도

즈들이 새상품을 만드나?

룸메이드가 다하는거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서 나름의 자부심이 펄펄 묻어났다.

전환배치 당한 내입장에선

'쫓겨났다' 라는 생각이지만

스스로 룸메이드를 선택해 27년간 일해 온 그녀에게

룸메이드는 '전문직종'이었다.

그녀의 포스에 나는 군대라도 입대한 듯 '네', '아니오'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녀의 교육 2주가 마치 군사교육을 받는 듯 시작되었다



자동 대체 텍스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세종호텔공투본

노동자의 보람과 삶과 존엄을 짓밟는 #주명건 회장의 세종호텔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 함께 맞서 이겨내기 위해 2016년 6월 9일부터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세종노조와 함께 합니다.

,